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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중독
'중독'은 어떤 물질 혹은 어떤 행동에 의존성이 생겨서 스스로를 조절하기 힘든 상황에 쓰이는 단어입니다. 내성이 생기거나 금단 증상이 생기는 충동 조절 장애도 중독에 해당합니다. 중독은 '습관'이나 '기호'가 아닙니다. 물론 처음에는 그것을 좋아해서 습관처럼 하다가 시작되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독'은 '질병'입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내가 그만 아프고 싶다고 해서 금방 낫는 게 아닌 것처럼 어떤 것에 중독이 되어 버리면 정말 내 몸에 문제가 생겨서 내 의지대로 조절이 되지 않습니다. 중독은 뇌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뇌 중에서도 특히 보상 회로와 관련이 있습니다. 보상 중추라는 곳에 어떤 자극을 받으면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뇌는 도파민이 더 분비되기를 원하고, 그리하여 자극을 더 원하게 되는데 자극이 계속되어 도파민 수치가 올라갈수록 그 보상 회로라는 것은 점점 더 강화되어 도파민이 더 많이 분비되길 원하게 됩니다. 정상적인 뇌라면 극도의 쾌감을 느낀 뇌가 글루타메이트와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켜 쾌감을 차단하고 진정시키지만 중독에 빠진 뇌는 글루타메이트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결국 끊임없이 그 자극을 더 갈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1950년대에 이루어진 제임스 올브이 쥐 실험입니다. 쥐의 머릿속에 전극을 심어 두어 레버를 누르면 보상 중추가 활성화되게 만들었더니 그 쥐는 물 마시는 것, 먹이를 먹는 것도 마다하고 계속 레버만 누르다 죽음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보상 중추를 자극하는 것은 그게 약물이 됐든 도박이 됐든 혹은 음식이 됐든 간에 모두 같은 기전으로 작용합니다. 그렇기에 그게 무엇이든 일단 '중독'이 되면, 스스로 헤어 나오기 힘듭니다. 심지어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모든 음식에 쉽게 중독되는 것은 아닙니다. 샐러드 중독, 당근 중독, 시금치 중독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쾌감을 느끼기 쉬운 음식은 자극이 강한 음식, 특히 당분이 많은 음식입니다. 탄수화물 중독처럼 말입니다. 빵이나 떡, 케이크, 탕후루 같은 단순당은 체내에 빠르게 흡수됩니다. 그만큼 먹고 나서 쾌감도 빠른 속도로 느껴져 강력한 자극이 되고 계속 먹고 싶은 충동을 유발합니다. 탄수화물이 아니더라도 특정 음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면, 음식 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음식을 먹을 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양을 먹게 된다든지,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그 음식을 끊거나 줄이면 불안해지거나 짜증이 많아지는 등 금단 증상이 생긴다면 말입니다. '예일 음식 중독 척도'를 통해 스스로 음식 중독자인지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에게 체질적으로 해로운 음식일수록 중독되기 쉬운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추, 파, 양파와 같은 향신료가 몸에 해로운 토양 체질은 도리어 매운 음식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토양 체질은 심장과 위장이 모두 강한 편인 데다 두 장기가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서 속에 화가 생기면 심장과 위장이 모두 흥분하면서 식욕이 쉽게 늘고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습관이 생기기 쉽습니다. 여기에 매운맛까지 좋아하면 처음에는 고춧가루로 시작하지만 점점 내성이 생기면서 청양고추, 마라, 심지어는 캡사이신을 음식에 잔뜩 넣어서 먹기도 합니다. 매운 음식이 몸에 잘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토양 체질은 매운맛에 훨씬 더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가슴이 타들어 가거나 속이 쓰리고 설사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매운맛에 중독되어 있으면 내 몸이 어떻게 되든 간에 일단 뇌에서 느끼는 쾌감만 추구하게 됩니다. 점입가경으로 몸이 건강을 잃을수록 해로운 음식은 더 당깁니다. 중독이 될수록 건강이 나빠지고, 그럴수록 더 그 음식을 먹고 싶은 충동이 강해지고 그렇게 헤어 나올 수 없는 굴레로 빠져들게 됩니다.
음식 중독 치료 5단계
첫 번째, 중독을 인지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먼저 그 음식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독이 된 상태에서는 '이제 안 먹어야지'라는 정도의 결심만으로는 절대로 헤어 나올 수 없습니다. 특히 안 먹겠다는 부정형의 결심은 오히려 그 음식에 대한 갈망만 커지게 만듭니다. 대신 내가 중독되어 있는 음식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이후로는 그 음식이 먹고 싶어질 때마다 그것이 '배고픔'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진짜 배가 고픈 것이라면 꼭 그 음식이 아닌 다른 음식으로도 배가 채워질 것입니다. 이 점을 스스로 깨달아야 그 음식에 대한 충동이 느껴질 때마다 그 음식으로 직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음식 중독은 스트레스와 연관성이 높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됩니다. 싸우거나 도망갈 수 있게 만드는 몸의 반응입니다. 원시 시대였다면 맹수가 날 잡으러 올 때 있는 힘껏 달려서 도망치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사그라들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대인들은 보통 가만히 앉아 있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을 던져 싸우거나 도망갈 곳이 없어 스트레스 반등이 종결되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만성 스트레스가 되고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중 하나가 음식 중독입니다. 그래서 운동이 가장 좋은 스트레스 관리법입니다. 싸우거나 도망갈 때 몸을 쓰듯이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들고 세로토닌과 도파민 수치는 올라갑니다. 짧은 시간이더라도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면 신경전달물질 수치가 잘 조절되고 보상 회로가 건강해져서 자극에 대해서 보상 회로가 쉽게 강화되지 않습니다. 즉 중독을 일으킬만한 유혹에 노출되어도 쉽게 중독되지 않습니다. 내가 중독되어 있는 그 음식이 먹고 싶어질 때마다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중독 치료 방법입니다. 세 번째, 건강한 전 전두엽을 만들어야 합니다. 보상 회로는 전 전두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전 전두엽은 이성적인 판단에 관여합니다. 전 전두엽이 건강할수록 보상 회로가 쉽게 강해지지 않아 중독의 위험이 줄어듭니다. 대신 적당히 기분 좋고 생기 넘치는 것에서 그치도록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독서와 명상은 전 전두엽을 활성화하고 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건강한 전 전두엽을 만들려면 몸이 건강해야 합니다. 특히 수면의 양과 질이 떨어질수록 음식 중독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거나 자더라도 자꾸 깨거나, 혹은 낮과 밤이 바뀌어 있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양이 밤에 떨어지지 않아서 야식을 찾게 됩니다. 또 식욕 조절 호르몬인 렙틴 호르몬과 그렐린 호르몬 분비에 부조화가 생겨 식욕이 늘어나고, 특히 탄수화물 음식이 먹고 싶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6~7시간 이상 충분히 잠을 자고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네 번째, 감정이 아닌 감각에 집중합니다. 이런 노력에도 중독에 빠진 그 음식을 먹게 되었다면 감정이 아닌 내 몸이 느끼는 감각에 집중해 보시기 바랍니다. 보통 중독을 일으키는 음식은 배가 너무 불러서 터질듯한 통증을 유발하거나 메스꺼움, 두통, 어지러움, 설사 등을 유발합니다. 몸이 호소하는 그 불편한 감각에 귀를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이 음식을 먹으면 이렇게 불편하구나'라고 인지하고 성찰할수록 그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혹여나 뒤에 다시 먹는 일이 생기더라도 이전처럼 맛있게 느껴지지 않고 쾌감이 줄어듭니다. 그 음식이 내 몸에 위협이 된다고 인지할수록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해 그 음식을 피하려는 본능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상한 음식을 보면 역겨운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섯 번째, 건강한 음식을 가까이합니다. 신선하고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품을 가까이할수록 음식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평소에 설탕이나 과당이 들어간 단 음식, 염도가 높은 짭짤한 음식 그리고 청양고추나 캡사이신이 들어간 매콤한 음식 등 자극이 강한 음식을 가까이하면서 음식 중독에서 헤어 나오겠다고 하는 것은 알코올 중독인 사람이 매일 술집에 드나드는 것과 똑같습니다. 냉장고와 집 안 구석구석이 그런 음식들로 가득하다면 과감하게 생채소와 생과일, 가공되지 않은 육류와 해산물, 통곡물 등으로 바꿔 보시기 바랍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만 있어야 좋은 영향을 받듯이 좋은 음식을 가까이하면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음식 중독 치료제
음식 중독 치료제는 야채입니다. 야채가 '자연 보톡스'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야채만 잘 먹어도 파이토케미컬의 항산화 작용과 해독 작용으로 훨씬 젊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야채는 미량 영양소와 항산화 성분이 많아 비만을 비롯한 대사 증후군 예방과 관리에 중요한 식품입니다. 평소에 야채를 가까이하면 음식 중독에서 벗어나기도 쉬워집니다. 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것이 야채 섭취입니다. 한식이 건강식이고 한국 사람들은 야채나 과일을 많이 먹는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2011년 국민 건강 영양 조사 4기 자료를 토대로 한 연구에 의하면 한국인 10명 중 무려 9명이 채소와 과일 섭취가 부족하다고 나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을 위해서 하루에 400g 이상의 야채나 과일을 먹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인은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채소 섭취의 40%는 김치를 통한 것이어서 배추나 마늘, 양파 같은 하얀색 채소만 집중적으로 섭취하고 있습니다. 오늘 점심은 한식을 먹었으니 야채를 충분히 먹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보건복지부에서 2015년 12월에 발표한 식단 지침을 기준으로 야채를 어떻게,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검푸른 색, 붉고 노란색, 콩과, 전분성 등의 모든 종류의 야채를 다양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야채에는 식이 섬유, 칼륨, 비타민A, 비타민C, 비타민K, 마그네슘, 비타민E, 엽산, 티아민, 나이아신 등 아주 많은 영양소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한 가지 종류에 치우치지 않게 여러 가지 야채를 섭취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검푸른 야채에는 비타민K가 많고, 붉고 노란 야채에는 비타민A, 콩과 식물에는 식이 섬유, 전분이 많은 채소에는 칼륨이 많은 것처럼 말입니다. 섭취할 때 야채의 형태는 신선한 것이든, 얼린 것이든, 캔에 든 것이든, 말린 것이든, 요리한 것이든, 주스로 만들었든 상관없이 모든 상태가 다 괜찮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앞서서 영양소는 일차적으로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을 권합니다.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에는 단순히 한두 가지의 영양소가 아니라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 섬유를 포함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몸에 좋은 성분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에서는 '하루에 한 사람당 5 포션(식사 때 1인분의 양으로 덜어 먹는 양) 이상의 과일이나 야채를 먹자'라는 캠페인을 하였습니다. 야채를 한 접시에 가득 담아서 하루에 3번 이상 먹는 것이 좋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하는 400g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생당근 2개 이상을 먹거나 양배추 1/4 쪽 이상을 섭취해야 합니다. 다양하게 섭취하되 영양소가 풍부한 상태여야 하고, 소금이나 버터, 크림소스는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특히 냉동야채나 피클처럼 병이나 캔에 들어 있는 야채는 반드시 나트륨이 적은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